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iamnowhere'에 해당되는 글 35건

  1. 3월 4일 2011/03/04
  2. so long, my hero 2009/05/29
  3. iamnowhere .33 (2) 2008/11/25
  4. iamnowhere .32 2008/11/02
  5. iamnowhere .31 2008/08/27

3월 4일

from iamnowhere 2011/03/04 17:07

1. 더 늦어서는 안 되겠다는 싶은 마음에 늦은 시간이었지만 옷을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텅빈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위가 온통 깜깜한 가운데 사실 약간의 오싹함을 느꼈다. 누군가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음 속으로 '설령 그렇다면 나랑 같이 뛰자, 여럿이라면 줄 맞춰. 2열 종대다.'하고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2. 내 기억이 맞다면 8년 전 3월 4일, 나는 첫 강하를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큰 위험에 가까이 갔던 날, 깜깜한 새벽에 일어났던 것과, 운동장 만큼 넓은 식당에서 고요함을 느끼며 아침을 먹었던 기억, 버스를 타고 비행장으로 가던 기억, 까마득한 활주로에서 달리기를 하며 몸을 풀던 기억, 수트를 착용하고 내 차례가 올 때까지 하염 없이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 차례차례 줄을 서서 기체로 들어가고, 이윽고 뜨거운 기운과 함께 땅이 점점 멀어지던 모습을 보던 기억, 이윽고 문이 열리고 허공을 향해 한 사람씩 사라지던 기억, 내 차례가 되어 사실은 어쩔 수 없이 허공으로 점프할 때의 그 느낌, 낙하산이 펴지고 땅이 가까워지던, 그렇게 우려했던 착지는 땅에 발이 닿으려는 찰나 앞에서 바람이 휙 불어와 비탈길에 스륵 안기듯 내려와 조금의 충격도 없었던 기억까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계속 주변을 맴돌지는 않지만 그 순간으로 기억의 화살표를 돌리면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런 풍경들이 있었다.

3. 달리는데 왠지 그 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시간을 다시 거슬러올라가 1999년 가을, 다음 날 시험을 앞두고 부족한 준비에 마냥 막연해 하다가 우연히 들은 노래 덕분에 의지가 충천해 부리나케 공부를 했던 때의 모습들도 기억이 났다.

내 부족함과 성격적인 탓이기도 했으나 다른 이에게 기대지 못했을 때, 늘 응원의 메시지를 주었던, 어떤 의미에서는 좀 낯간지럽지만 꾸준히 하나씩 모아온 그 노래들을 들으며 달렸다. 참 신기한 것은 1999년에 들었을 때와 12년이 지난 2011년에 들을 때에 느껴지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하고 신기해할 때가 있다.

4. 오랜만의 달리기라 쉽지는 않았다. 속도를 낼 수도 없었고, 어떤 때는 오른 무릎이, 조금 후에는 왼쪽 무릎이 뻐근한 것 같았고, 발바닥이, 발등이 불편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노래들은 나에게 계속 같은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고 나는 조금 더, 조금 더 달렸다.

5. 문득 내가 서른 살이라는 것을 되새김질 할 때 마다 드는 생각은 '벌써'라기 보다는 '아직도 멀었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한없는 갈증이다. 난 언제쯤 스스로의 풍부함을 느낄 수 있을까. 무언가를 알면 알수록 더해가는 것은 그것을 내가 분명히 아는가 라는 자문과 공허함이다. 누군가의 가벼움을 느낄 때와 누군가의 깊고 풍부함을 느낄 때 나는 동일하게 나 자신을 돌아본다. 그렇다면 나는 가벼운가, 풍부한가. 이 궁금증은 과연 풀리게 될 수 있을까.

6. "어쨌든 파이팅"이 모토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심하게 넘어져 너무 아파서 "때로는 웅크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너무 웅크리다 보니 모든 것들을 쉽게 포기하게 되었다. 그래서 "견딜 줄 알아야"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대체 어쩌란 말인지.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때론 웅크리고 때론 견뎌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그 "때론"에 대한 판단은 불문명하고 스스로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다. "아직도"인 이유가.

7.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와서 강하할 때 남겨둔 기록을 다시 보려고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문제다. 평소에 무심코 쉽게도 보이던 것들이 막상 찾으려고 하면 없다. 그래서 그것을 찾느라 몇 배의 시간을 보내게 되고, 결국 찾으면 그것은 굉장히 무심한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간소함을 따르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이유는 필요한 것들을 찾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고.

그런데 각별하게 챙겨둔 그로부터의 서신들이 보이지 않았다. 1994년, 2003-2004년, 그리고 최근까지의 서신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당황해 몇 시간에 걸쳐 책상을 계속 뒤졌고, 결국 거기엔 분명히 없다고 확신해서 확인하지 않았던 그 자리에서 찾았다. 허탈했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8. 이 세상은 너무 넓다. 그런 세상에 대해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말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가에 대해, 그러기 위해 세상을 품는다는 것에 대해 나는 생각한다. 서른 살이라는 삶의 이정표 위에서,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그동안 내가 향하려 했던 길들은 어떤 커다란 목표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내 앞에, 내 곁에 다가와서 그것을 내가 선택했을 때, 나는 그것에 최선을 다하려 했고, 그것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자 그것을 통해 행복해지고자 노력했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 고정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무엇이 나타날지 내가 예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다면 그건 참 재미없는 일일 것이다. 마치 직구를 던질지, 무슨 변화구를 던질지 예정되어 있어서 타이밍만 맞추어 방망이를 휘두르면 되는 것과 같을 것이니 말이다.

9. 서른 살이 된 나에게 내가 바라는 것. 겸손할 것. 그리고 호기심을 가질 것. 가급적 긍정적일 것.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할 것. 지금 있는 자리에 안주하지 말 것. 경계에 다가서고 때로 그것을 넘어서기를 두려워하지 말 것, 마지막으로 유머를 잃지 말 것.

2011/03/04 17:07 2011/03/04 17:07

so long, my hero

from iamnowhere 2009/05/2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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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제 없지만,

참 어리석게도 멈추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간 그 길을 기억하면서,

꿈을 꾸기를, 희망을 이야기하기를, 어리석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so long, my hero.

2009/05/29 01:17 2009/05/29 01:17

iamnowhere .33

from iamnowhere 2008/11/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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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 해의 첫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들고 18동 옆 벤치에 앉아서 노트북을 펴자 대륙의 찬바람에 맞먹는 바람이 불어왔다. 역시 서울대는 지대도 높고 땅도 넓어서 바람이 칼같이 차다. 얼마 앉아 있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PPT 작업을 마무리 해야 했다. 그동안 이방인으로서 이곳에 몇 차례 머물렀지만 대개 그 시간이 무척 짧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 방문이었던 2006년에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왜 통일을 사회학에서 다뤄야 하느냐 라는 질문에 "통일은 정치적인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사회와 사회, 그리고 문화와 문화의 만남이기 때문에 사회학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느냐 라는 질문에 "과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회학은 현재의 사실들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몇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특히 날선 질문을 하던 면접관은 "그럼 통일하면 들어와라"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년 전의 내 생각은 '엘빈 토플러를 사회학자로 보기는 곤란하구나' 라고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날 그곳을 찾은 나는 Speaker 였다. invite된. 어설픈 영어였지만 발표는 성공적이었고, STS라는 분야가 내 관심분야와 맞닿는 부분이 꽤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앞으로의 행사에도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년 걸렸다. 또 다시 2년 뒤, 이건 특별히 기약하지 않기로 한다. 한 번 주고 한 번 받았으니 이제 전혀 새로운 방향성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Good afternoon, I'm Kang Ji Woong from Yonsei Univ. Honestly, I'm so nervous now, because this is my first presentation in English. I think I'm good at Korean...;;" 저렴한 표현의 영어로 첫 인사를 꺼냈고 생각지 않은 지점에서 사람들이 웃어주었다. 오타와 문법 오류 투성이인 스크립트와 어설픈 애드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던 발표는 사실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순간순간 바라본 사람들의 표정에 담겨 있는 '이해하고 있는 표정'에서 뜻이 통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모국어가 아니면서, 비 일상적인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이런 것이 외국어를 하는 즐거움인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동시에 반드시 외국에 머무르지 않더라도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필요를 느꼈다.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3. 책을 보내드릴 분들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막연히 생각할 때에도 적지 않을 줄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적어보니까 역시 많다. 이렇게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구나, 싶다. 지난 일요일에는 대학로에서 이 분들께 드릴 카드를 샀다. 책 표지에 고마운 분들의 성함을 적고, 카드에는 하나하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정성껏 적으면서 강군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드리려 한다. 그리고나서, 이제는 지켜봐달라고 감히 말씀 드리려고 한다.

4.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여야 하는 것처럼, 씨앗을 심기 위해서는 밭을 일구어야 한다. 경험과 기억은 유화와 같다. 깨끗하게 덧씌워질 수 있을지언정, 이미 그려진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흐르는 이 시간들은 겉흙과 속흙이 섞여 씨를 뿌리기에 알맞게 되는 밭을 일구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소중한 씨앗을 심기 위한. 새싹이 피는 봄과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 그리고 무르익는 가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2008/11/25 17:34 2008/11/25 17:34

iamnowhere .32

from iamnowhere 2008/11/0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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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19 (日)

오랜만에 쓰는 일기다. 처음 쓸 때는 하루하루의 일들을 모두 담으려고 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나고서야 다시 일기장을 펴게 되었다. 그간의 일들을 정리하자면... UFL이 무사히 끝났고, 조금은 지루한 추석연휴를 보냈고, 강하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히 비가 와 모두 취소되었다. 25일에 휴가를 떠나서 참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돌아왔다. 명선이는 30일에 입대했고, 동네 친구들, 대학동기, 인연동 식구들, 게임문화 사람들도 만나고 열흘간 참 많은 일들을 한 것 같다.

휴가에서 돌아와 검열 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고, 홈페이지 작업이 마무리 될 즈음인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28일부터 검열이 시작되고 11월 초에는 강하가 있다. 안 다치고 무사히 끝내야지. 중순에는 전투력 측정이 있을 예정이고, 그 다음에는 12월, 상병이다. 입대 1년, 이제 1년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상병이 되면 달라지는게 있을까? 일병이 되었을 때처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조금 더 생활에 익숙해지고 하는 일들에 더 많은 요령이 붙겠지. 그리고 더 책임질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은 막연히 그 때가 기다려진다. 확실히 나는 시간을 벌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2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버리는 셈 치고 군대에 왔으니까... 순간순간의 시간들을 더욱 소중히 보내야겠다. 그리고, 현재의 내 위치와 모습에 조금 더 충실해야겠다. 이 군 생활이 끝났을 때 '이제 이 생활이 끝났다'라는 안도감 보다는 내 군 생활에 대한 뿌듯함이 앞설 수 있도록.

앞으로는 일기 쓸 시간들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 앞으로의 생활은 지금보다는 더 단순해질지도 모르니까. 12일에는 하프 마라톤을 다녀왔다. 2시간 9분만의 완주... 기쁘다. 내 군생활과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내년에 또 참가할지도 모르겠지만. 홈페이지 작업이 끝나면 이제 지형분석 업무를 배워가야 할 것이다. 비록 내 진로와 상관없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배워서, 열심히 일 할 생각이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사실 GIS라는 분야가 전혀 나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접목'이라는 개념도 있는 것이니까... 일을 하면서 GIS라는 분야에 대해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공부해야겠다.

이제 곧 친구 녀석들도 군대에 가겠지? 명선이가 훈련받을 생각하니 걱정된다. 지금쯤 자대에 있을 제철이도 궁금하다. 다들 잘 지내기를. 어딘가에서 각각 군생활을 하고 있을 다른 친구들도.


03.11.26 (水)

DZ2 개발을 완료했다. 기존에 완성된 프로그램을 약간 변형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하나의 성과물이 생겨서 좋다. 어쨌든 이제 12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매일매일의 일정들과 독서 그리고 여러 일들, 열심히 해야겠다. 내 의지와 뜻이 관철될수록 나 자신을 더욱 가다듬어야 하겠다. 처음의 마음과 생각을 잃지 않도록.

지난 금요일(21일)에는 "청춘! 신고합니다" 녹화를 했다. 추운 가운데 녹화를 구경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을만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 시간들에 익숙해진다. 물론 지나간 시간들이 빠르게 느껴지지만 앞으로 흘러가야 할 시간들도 그 못지 않게 많이 남아 있는데.

친구들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늘은 오랜만에 구보를 다녀 와야겠다. 남한산성의 야경을 보고 와야겠다.
2008/11/02 03:07 2008/11/02 03:07

iamnowhere .31

from iamnowhere 2008/08/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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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먼 길 기쁘게, 싱클레어.
여전히 두근두근, 새롭게 만날 일들도 두근두근.


2008/08/27 10:21 2008/08/27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