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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마감인 글이 있다.
나에게는 여러 의미와 상징들이 담겨있는 글이다.
내용의 수준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완성과 제출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이런 글을 쓰는 과정이
더 없이 차분하고, 한 없이 조용하기를 기대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어설 때마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다시 톺아볼 수 있기를,
원래 가고자 했던 길이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떠올려 볼 수 있기를,
그동안의 시간들에 대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늘 그랬듯,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계속해서 바뀌는 일정에
시간과 의지는 흐트러지고,
집중하기 위한 체력을 보존하기 힘든 상황.
어쨌든,
내일로 다가왔다.
글을 쓰는 일은 지난하지만, 여전히 괴롭지만,
내일 마감을 향해 가는 길은 왠지 흥겨울 것 같다.
연구실에 혼자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리내어 읽어가면서 쓸 생각이다.
무척 춥겠지만,
글을 제출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지나게 될 거대한 트리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려고 한다.
이 장면을 기대하면서 달려가 보자.
고지가 멀지 않았다.
이제 늘어지게 지겹게 쉴 수 있다.
그 자격을 얻어 내자.
완전하게 방학을 맞이한 이후 일주일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온전히 쉰 것은 아니었으나, 마감을 코 앞에 두지 않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무언가 해야하는 것 같은 부담을 받으면서도 막상 생각해보면 급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때 들어서는 아늑하지만 막연한 감정을 음미하는 요즈음이다. 이제 며칠 뒤면 그것도 끝이지만.
다음 학기 시간표를 확인하다가 내가 기다리던 수업이 열릴 예정임을 발견했다. 다소 막연했던 내 시간표를 조금 확실하게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몇몇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가깝진 않지만 이름을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소식들을 다소 접할 수 있었다. 막연한 길 위에서 둥지를 틀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괜히 마음이 급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그럴 때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더욱 잘 해야할 것임을 되새기곤 한다.
걷고 있는 지금처럼 계속 걸어가야할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